Bloch 정리와 기저 — plane-wave vs 국소 궤도
DFT 이론에서 세운 Kohn–Sham 방정식을 실제로 풀려면 궤도 를 유한한 기저 함수의 합으로 전개해 행렬 고유값 문제로 바꿔야 한다. 어떤 기저를 고르는가가 코드의 성격을 결정한다 — VASP는 plane-wave, SIESTA는 국소 원자 궤도(LCAO)를 쓰고, 이 튜토리얼이 두 코드를 병행하는 이유도 결국 기저의 장단점 분담이다. 이 장은 주기계의 출발점인 Bloch 정리, 두 기저의 구조와 수렴 파라미터, 그리고 core 전자를 처리하는 pseudopotential/PAW를 정리한다. 이론 장이므로 입력 파일과 실행 섹션은 없다.
학습 목표
- Bloch 정리의 진술과 밴드 지표 ·결정운동량 의 의미를 이해한다.
- plane-wave 기저의 계통적 수 렴( 하나)과 진공이 많은 계에서의 비용 구조를 설명한다.
- norm-conserving pseudopotential(SIESTA)과 PAW(VASP)가 각각 무엇을 동결하고 무엇을 복원하는지 구분한다.
- LCAO 기저의 SZ/DZ/DZP 위계와
PAO.EnergyShift의 역할, 그리고 장단점을 파악한다. - NEGF transport가 국소 기저를 전제하는 이유를 설명한다.
1. 주기 퍼텐셜과 Bloch 정리
결정은 격자 벡터 만큼 이동해도 같은 환경이 반복되는 계다: . 이 병진 대칭이 고유상태의 형태를 강하게 제한한다는 것이 Bloch 정리다.
고유상태는 격자 주기 함수 에 평면파 위상을 곱한 꼴이며, 두 개의 지표가 붙는다. **결정운동량 **는 병진 대칭의 양자수로, 이웃 셀로 넘어갈 때 파동함수가 얻는 위상 을 지정한다. 서로 다른 물리를 주는 는 제1 Brillouin zone(BZ) 안으로 제한된다. **밴드 지표 **은 를 고정했을 때 나오는 이산 고유값들의 순번이다. 동등한 진술로, Bloch 상태는 격자 병진에 대해 위상만 얻는다.
무한 결정의 문제가 "단위셀 하나의 문제 × BZ 안의 라벨"로 분해된 것이고, 고유값을 의 함수로 이은 가 밴드 구조다. 이 튜토리얼의 1D chain은 주기 방향이 하나뿐이므로 밴드 구조가 1변수 함수 다 — 챕터 02에서 Γ–Z 경로 하나로 밴드를 다 그릴 수 있는 이유다.
셀을 키우면 필요한 k-점은 준다. 실공간 셀을 한 방향으로 배 늘리면 그 방향 BZ가 로 접히고(zone folding), 원래 여러 에 흩어져 있던 상태들이 접힌 BZ 안으로 모인다. "같은 k-공간 해상도를 유지하려면 분할 수가 셀 길이에 반비례하면 된다"는 실무 규칙이 여기서 나오며, BZ를 유한 개의 로 대표시키는 문제 전반은 다음 장에서 다룬다.
2. Plane-wave 기저
가 격자 주기 함수이므로 역격자 벡터 에 대한 Fourier 급수로 정확히 전개된다.
급수를 유한하게 자르는 기준이 운동에너지 cutoff다: . 이 구조가 plane-wave 기저의 강점을 만든다.
- 계통적 수렴 — 기저 품질이 하나의 숫자로 제어되고, 올리면 변분적으로 단조롭게 좋아진다. VASP의
ENCUT이 바로 이 값이다(챕터 03). - 원점 무관 — 기저가 원자에 붙어 있지 않고 셀 전체에 균일하게 깔린다. 원자가 움직여도 기저는 그대로이므로 원자 위치에 대한 Pulay 힘이 없고, Hellmann–Feynman 힘이 그대로 정확해 구조 최적화에 유리하다.
- 균일한 정확도 — 공간의 모든 지점이 같은 해상도로 기술된다. 기저의 치우침(bias)이 없다.
- FFT 효율 — 운동에너지는 역공간에서, 퍼텐셜은 실공간에서 대각이므로, FFT로 두 표현을 오가며 Hamiltonian 적용을 빠르게 수행한다.
약점은 균일함의 뒷면이다. 기저 함수 개수가 셀 부피 에 비례한다.
진공도 물질과 똑같은 비용으로 기술한다는 뜻이다.
이 튜토리얼의 1D chain처럼 원자 몇 개 주위를 넓은 진공이 감싸는 계에서는 셀 대부분이 빈 공간인데도 plane-wave 수는 셀 전체 부피로 결정되므로, 원자 수 대비 계산 비용이 크게 불리해진다. 챕터 03에서 원자 몇 개뿐인 사슬 계산이 생각보다 무거운 이유가 이것이다(연습문제 1에서 기저 크기를 직접 추정해 본다). 실무에서 은 PAW 데이터셋의 권장값 이상에서 총에너지 수렴 테스트로 정하고, 셀이 변하는 계산에서는 Pulay stress 오차 때문에 더 높인다(챕터 03).
3. Pseudopotential과 PAW — core 전자의 처리
plane-wave에는 또 하나의 비용 문제가 있다. core 전자(예: 탄소의 1s)는 핵 근처에 강하게 국소화되어 있고, valence 파동함수도 core와의 직교성 때문에 핵 근처에서 빠르게 진동한다. 이 급격한 구조를 평면파로 표현하려면 이 감당 불가능하게 커진다. 표준 처방은 두 단계다.
- frozen core — 화학 결합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core 전자를 원자 계산의 상태로 동결하고, valence 전자만 명시적으로 다룬다.
- 유효 퍼텐셜 — 핵 + core가 valence에 미치는 영향을, 핵 근 처에서 부드럽게 다듬은 유효 퍼텐셜로 대체한다. 어떤 반지름 밖에서는 전-전자(all-electron) 계산과 동일한 산란 성질을 재현하도록 구성한다.
구현 계열이 둘 있고, 두 코드가 하나씩 쓴다.
- Norm-conserving pseudopotential — pseudo-파동함수가 core 반지름 안에서 마디(node) 없이 부드럽되, 그 안의 전하량(norm)을 전-전자 해와 같게 보존해 산란 성질의 이전 가능성(transferability)을 확보한다. SIESTA가 쓰는 방식이며, 실습에서 다루는
.psml파일이 이 pseudopotential이다. 직접 만들지 않고 검증된 데이터베이스에서 받는 것이 표준이다. - PAW(projector augmented-wave) — 부드러운 pseudo-파동함수와 전-전자 파동함수 사이의 선형 변환을 유지해, 필요하면 핵 근처의 참 파동함수를 복원할 수 있다. norm-conserving보다 부드러운 기저(낮은 cutoff)로 전-전자급 정확도에 접근한다. VASP의
POTCAR가 원소별 PAW 데이터셋이다.
| 항목 | norm-conserving (SIESTA) | PAW (VASP) |
|---|---|---|
| 데이터 파일 | .psml | POTCAR |
| 구성 원리 | core 반지름 안 전하량(norm) 보존 | pseudo ↔ 전-전자 선형 변환 유지 |
| 핵 근처 파동함수 | pseudo만 존재 | 전-전자 형태 복원 가능 |
| 요구 cutoff | 상대적으로 높음 | 낮음 (더 부드러움) |
어느 쪽이든 "화면 밖"에서 일어나는 근사이므로, 사용자는 검증된 데이터셋을 쓰고 권장 cutoff를 지키는 것이 실무 규칙이다.
한 가지 따름 규칙: SIESTA(norm-conserving)와 VASP(PAW)처럼 core 처리가 다른 두 코드를 비교할 때는 pseudopotential 차이가 기저 차이와 함께 결과에 스며든다. 같은 PBE라도 격자상수가 미세하게 어긋나는 것은 정상 범위이며, 절대 총에너지는 pseudopotential마다 기준점이 달라 코드 간 비교가 애초에 무의미하다 — 비교는 상대 에너지와 구조·밴드 개형으로만 한다(챕터 03의 SIESTA vs VASP 비교 절).
4. LCAO — 수치 원자 궤도 기저

그림 1. plane-wave 기저는 공간 전체를 채우는 사인파이고, LCAO는 원자에 중심을 둔 국소 궤도다 — 국소성이 희소 행렬과 공간 분할(transport)을 가능하게 한다. (개념도)
SIESTA는 반대 철학을 택한다. 기저를 공간에 균일하게 깔지 않고 원자에 붙인다. 각 원자의 valence 궤도를 닮은 수치 원자 궤도(numerical atomic orbital)를 쓰되, 지정된 반지름 밖에서 정확히 0이 되도록 가둔다(strictly confined). 기저 품질은 두 방향으로 제어된다.
- radial 함수의 개수 (
PAO.BasisSize) — SZ(valence 궤도당 radial 1개) → DZ(2개) → DZP(2개 + polarization 궤도). 궤도가 결합 환경에서 변형될 자유도를 늘리는 위계이며, 이 튜토리얼의 표준은 DZP다(챕터 01). - 궤도의 공간 범위 (
PAO.EnergyShift) — 궤도를 유한 반지름에 가두면 에너지가 조금 올라간다. 그 허용 상승폭을 지정하는 것이PAO.EnergyShift이고, 값이 작을수록 궤도 꼬리가 길어진다(반지름 증가). 기저의 "범위"를 에너지 기준 하나로 일관되게 정하는 장치다.
PAO.BasisSize DZP # SZ / DZ / DZP — radial 함수 위계
PAO.EnergyShift 0.02 Ry # 작을수록 궤도 반지름이 커진다
탄소 DZP를 예로 들면 radial 2개(2 궤도) + radial 2개(6 궤도) + polarization 1벌(5 궤도) = 원자당 13 궤도다.
장점은 국소성에서 나온다.
- 작은 행렬 — 원자당 궤도 수가 십여 개 수준(탄소 DZP는 13개)이라, plane-wave의 수만~수십만 개와 비교해 행렬 차원이 자릿수로 작다.
- 희소성 — 궤도가 유한 범위라 멀리 떨어진 원자 쌍의 Hamiltonian·overlap 원소가 정확히 0이다. 대규모 계산의 선형 스케일링 기법이 이 위에 선다.
- 진공이 저렴하다 — 기저가 원자에만 붙으므로 진공을 아무리 넓혀도 기저 크기가 늘지 않는다. 1D chain + vacuum 기하에서 plane-wave와 정반대의 비용 구조다.
- 공간 귀속 — "이 궤도는 이 원자 소속"이 명확해, 영역 분할이 필요한 transport에 그대로 쓰인다(5절). PDOS·Mulliken 분석 같은 원자별 분해도 자연스럽다.
단점도 국소성의 뒷면이다.
- 계통적 수렴의 부재 — plane-wave의 처럼 단조롭게 돌리면 정확해지는 파라미터 하나가 없다. 기저 품질이 SZ/DZ/DZP 위계, confinement 반지름 등 여러 축에 걸쳐 있어, "충분히 수렴했는가"의 판정이 상대적으로 번거롭다.
- BSSE(basis set superposition error) — 두 조각이 가까워지면 서로의 기저 함수를 빌려 쓰면서 결합 에너지가 인위적으로 과대평가된다. 흡착 에너지·결합 에너지 비교에서 counterpoise 보정 등으로 관리해야 하는 오차다.
- 확산 상태의 기술 한계 — 기저가 원자 주변 유한 반지름에 갇혀 있어, 진공 쪽으로 길게 뻗는 상태(표면 상태의 진공 꼬리, 매우 확산된 비점유 준위)는 표현력이 떨어진다.
실무 요령은 위계를 오르며 확인하는 것이다. 빠른 탐색은 SZ/DZ로, production은 DZP로 수행하고, 의심스러우면 기저를 한 단 올리거나 PAO.EnergyShift를 줄여 결과가 움직이는지 본다 — 챕터 01 연습문제 3의 SZ/DZ/DZP 비교가 이 감각을 만드는 실습이다.
SIESTA 입력의 MeshCutoff는 기저 크기와 무관하다. 전자 밀도와 퍼텐셜을 표현하는 실공간 grid의 조밀도를 정하는 값으로, plane-wave 코드의 ENCUT(기저 크기)과 이름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지만 역할이 다르다. SIESTA에서 기저 품질은 PAO.BasisSize가, grid 적분 정밀도는 MeshCutoff가 담당한다. grid가 성길 때 원자 위치에 따라 에너지가 물결치는 eggbox 효과도 기저가 아니라 이 grid에서 온다 — 챕터 01 연습문제 2에서 실측하는 내용이다.
5. 왜 NEGF transport는 국소 기저인가
챕터 04의 NEGF 형식론은 계를 왼쪽 전극–device–오른쪽 전극으로 나누고 Hamiltonian을 블록 3중대각 행렬로 쓰는 데서 출발한다. 이 분할이 성립하려면 각 기저 함수가 세 영역 중 하나에 공간적으로 귀속되어야 하고, 멀리 떨어진 블록 사이의 결합이 정확히 0이어야 하며, 반무한 전극을 단위셀 재귀(surface Green 함수)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. 유한 범위의 LCAO는 세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.
반면 셀 전체에 퍼진 plane-wave는 어느 것도 만족하지 못한다 — 기저 함수의 "소속"이 정의되지 않고, 주기 경계조건이 전제라 반무한 경계를 표현할 수 없다. 이것이 이 튜토리얼의 역할 분담 — 구조 최적화·기준 전자구조는 VASP(plane-wave), transport는 SIESTA/TranSIESTA(LCAO) — 의 이론적 근거다.
핵심 요약
| 항목 | plane-wave (VASP) | LCAO (SIESTA) |
|---|---|---|
| 수렴 제어 | (ENCUT) 하나, 변분적·단조 | SZ/DZ/DZP 위계 + PAO.EnergyShift — 다축, 계통성 낮음 |
| 대표 수렴 테스트 | ENCUT 스캔 | 기저 위계 스캔 (SZ → DZ → DZP → …) |
| 힘 계산 | 원자 위치에 대한 Pulay 힘 없음 | 기저가 원자에 붙어 Pulay 보정 필요 (코드가 처리) |
| 진공 비용 | 셀 부피에 비례 — 진공에도 동일 비용 | 원자 수에만 비례 — 진공 무료 |
| 행렬 | 크고 조밀 (FFT로 처리) | 작고 희소 |
| core 처리 | PAW (POTCAR) | norm-conserving pseudopotential (.psml) |
| BSSE | 없음 | 있음 — 결합 에너지 비교 시 주의 |
| 원자별 분해 (PDOS 등) | 별도 projection 필요 | 궤도가 원자 소속 — 자연스러움 |
| transport (NEGF) | 공간 귀속 불가 — 부적합 | 블록 분할·surface Green 함수 가능 — 필수 기저 |
연습문제
- plane-wave 개수 추정. 한 변 의 정육면체 셀과 에 대해 로 기저 크기를 추정하라. 같은 셀에 탄소 원자 8개를 DZP(원자당 13 궤도)로 기술할 때의 LCAO 기저 크기와 자릿수를 비교하라.
- Bloch 형태 확인. 이고 가 격자 주기 함수일 때, 이 성립함을 보여라. 이 위상 관계가 "는 병진 연산자의 양자수"라는 말의 내용이다.
- 진공 스케일링. 1D chain 계산에서 진공 폭을 두 배로 늘리면 plane-wave 기저 크기와 LCAO 기저 크기가 각각 어떻게 변하는지 2절·4절의 스케일링으로 논하라.
- PAO.EnergyShift의 방향.
PAO.EnergyShift를 줄이면(예: ) 궤도 반지름, Hamiltonian의 희소성, 계산 비용, 기저의 정확도가 각각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정리하라. - BSSE 방향. BSSE가 결합 에너지를 항상 과대평가 쪽으로 치우치게 하는 이유를 변분 원리로 설명하라.
- 코드 교차 검증 설계. 같은 구조를 SIESTA(DZP)와 VASP(
ENCUT500 eV)로 계산했다. 비교해도 되는 양과 비교하면 안 되는 양을 각각 두 가지씩 들고, 3절·4절의 논의로 이유를 붙여라. 주기계에서 KS 문제를 푸는 나머지 절반 — BZ를 유한 개의 k-점으로 대표시키고 금속의 점유를 다루는 문제 — 은 다음 장 — Brillouin zone 샘플링과 smearing에서 다룬다.
Ref: N. W. Ashcroft & N. D. Mermin, Solid State Physics, ch. 8; Soler et al., J. Phys.: Condens. Matter 14, 2745 (2002) — SIESTA method paper; Blöchl, Phys. Rev. B 50, 17953 (1994); Kresse & Joubert, Phys. Rev. B 59, 1758 (1999).